이제는 디지털 전쟁의 시대
2023-10-30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면서 전쟁의 양상도 바뀌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에서 일어난 일도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전쟁도 마찬가지이다. 6.25 전쟁 때 국민들은 라디오에 의존해 소식을 들어야 했다. 7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다르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미디어 환경에서 쌍방향 의사소통으로 정보를 주고받는다. 전쟁 국가들도 마찬가지로 SNS 및 디지털을 활용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에서도 ‘미디어 전쟁’이 일어났다.
2022년 2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발발하였다. 두 나라의 전쟁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다. 자원이 끊기는 것부터 시작하여 무역, 경제시장까지 악화하였다. 물리적 충돌에 끝나지 않고 사이버전(Cyber Warfare)도 발생했다. 사이버전이란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하여 디지털화된 정보가 유통되는 가상적인 공간에서 다양한 사이버 공격 수단을 사용하여 적의 정보 체계를 교란 · 거부 · 통제 · 파괴하는 등의 공격과 이를 방어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국방과학기술용어사전)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사이버전은 미디어의 영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전쟁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군사력으로 밀어붙이면서도 미디어 환경도 무력화시키기 위한 공격도 이어갔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 러시아는 파괴형 소프트웨어 ‘폭스 블레이드’로 악성코드 공격을 시도했다. 그리고 미국의 위성회사 ‘비아샛’을 공격하며 우크라이나가 군사 지휘를 할 수 없도록 막았다. 러시아는 데이터 해킹은 물론 폭격으로 라디오 및 미디어 회사를 공격하는 등 물리적인 공격도 함께 가했다. (송태은, 2022)
러시아의 침공으로 피해를 본 우크라이나는 다른 국가와 협력하여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였다.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모 회사 메타(Meta)는 디지털 선전을 막기 위해 러시아 매체의 기사를 차단했다. 그리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잇는 채널을 폐쇄하기도 했다. 전쟁에서 군사력은 물론 미디어 환경에서 여론을 조작하고 선동하는 디지털 프로파간다(Digital Propaganda)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전쟁 국가들은 상대 국가의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정보를 퍼뜨리며 ‘정보 싸움’을 하게 된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도 러시아-우크라이나처럼 정보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월 7일,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가자 지구에서 로켓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하였다. 지금까지 사망자가 약 8,000명을 넘은 가운데 SNS를 통한 전쟁도 심해지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하마스 디지털 전쟁의 특징은 가짜뉴스이다. 아기 참수 뉴스가 대표적인 예이다. 지난 10일 이스라엘 측에서 영유아 시신 40여 구를 발견했다고 발표하며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아기 참수가 사실인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혀지자, 뉴스 매체들은 정정 보도를 하였다.
대표적인 소셜 미디어 X(구 트위터)도 가짜뉴스에 휩쓸리고 있다. 지난 8일 X에 이스라엘의 헬기가 격추되는 영상이 게재되었다. 해당 게시물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해당 영상은 한 비디오 게임의 장면으로, 가짜뉴스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외에도 X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된 잘못된 정보가 넘쳐나자 세계적으로 비판받고 있다.
SNS에서는 가짜뉴스뿐만 아니라 AI를 통해 조작한 영상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올바른 디지털 환경을 위해 민감한 콘텐츠와 가짜뉴스를 제한하고 있지만 미디어 특성상 모든 사용자를 규제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지털 리터러시는 필수적이다. 미디어 사용자들은 디지털 문해력을 키워 잘못된 정보를 판별해야 한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과 관련된 뉴스들을 그대로 믿는 것이 아니라 조작된 정보를 스스로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디지털 환경에서 정보의 수신자는 단순히 게시물을 공유하는 것만으로 생산자도 될 수 있다. 전쟁도 디지털화가 된 만큼 우리는 항상 디지털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료출처:
“사이버전” 정의, 국방과학기술용어사전, 국방기술진흥연구소.
송태은, 현대 전면전에서의 사이버전의 역할과 전개양상: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사례, 국방연구,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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