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 페르소나 : 디지털 리터러시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
2023-07-03
‘페르소나’라는 단어는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배우가 쓰던 가면에서 유래된 단어이다. 이 단어는 후에 라틴어와 섞이면서 사람을 뜻하는 Person, 인격/성격을 뜻하는 Personality의 어원이 되고, 심리학 용어가 되며 ‘외부에 드러내는 나의 모습’ 혹은 ‘타인에게 비치는 나의 외적 인격’을 뜻하게 되었다.
현대에 들어서며 이러한 의미의 페르소나는 ‘사회적 가면’이라는 표상으로 나타나 현대인들을 병들게 만들었다. 특히 한국 사회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유교 사상을 중심으로 한 수직적인 조직 문화가 사회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기에 사람들은 사회적 가면을 쓸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디지털 시대가 도래한 후, 2023년 현시점 인류는 정보통신기술의 정점을 찍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라는 새로운 미디어의 출현 이후 인류는 개인의 자유와 개성을 인터넷을 통해 드러내기 시작했고 사회의 분위기 또한 바뀌었다. 여태까지는 자신의 모습을 숨긴 채 가식적인 가짜 모습만 가면을 통해 보여줬다면 인터넷을 통해 개개인들이 가지고 있던 정체성들을 하나 둘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19의 창궐로 비대면 시대를 겪고 이런 사회문화적 변화는 더욱 뚜렷해졌다.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개인이 시시각각 상황에 맞는 자아를 표출한다는 ‘멀티 페르소나’는 바로 이를 뜻하는 단어이다.
멀티 페르소나는 디지털 리터러시의 새로운 방향으로 주목받고 있다. 온라인 속에서 실명 대신 별명이나 아이디를 사용해 다양한 정체성을 표출하기 적합한 환경이 형성되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개개인의 자유와 개성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포용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과거 사회적 가면으로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숨겼던 현대인들은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여 이제 멀티 페르소나라는 새로운 가면을 착용하였고, 다양한 플랫폼에서 자신의 개성과 내면의 진정한 나를 표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요즘 직장인들을 살펴보면 하나 이상의 다양한 직업 정체성을 가지고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두 개 이상의 직업을 갖는 사람들을 ‘N잡러’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디지털 기술 기반의 다양한 플랫폼의 등장 덕분에 본업 이외의 부업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누구나 쉽게 본인만의 브랜드 계정을 만들어 편리하게 온라인 마케팅과 브랜딩을 진행할 수 있고, 특출난 재능이 있는 사람들은 그 분야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자신들의 재능을 팔 수 있는 사이트와 플랫폼을 통해 부업을 할 수 있다. ‘크몽’, ‘숨고’와 같은 서비스들이 최근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SNS에서 여러 개의 계정을 만드는 이른바 ‘부계정’ 문화 역시 멀티 페르소나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웹인덱스(GlobalWebindex)의 시장 조사 리포트에 따르면, 인터넷 사용자 중 98% 이상이 SNS를 이용하고 있으며 한 사람 당 평균 8.1개의 계정을 보유하고 있고, 또 어렸을 때부터 미디어에 노출되어 있던 Z세대의 경우 평균 2개 이상의 다계정을 운영하면서 계정별로 상반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정체성을 표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멀티 페르소나 개인의 삼을 넘어 사회 전반과 대중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중이다. 이른바 ‘부캐 트렌드’는 유튜브와 예능을 점령한지 오래다. 현실 세상에서 벗어난 새로운 캐릭터를 만드는 부캐 문화는 기존에 익숙햇던 연예인이나 셀럽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색다른 매력을 펼칠 수 있기에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렇게 정보통신 기술이 극도로 발전한 디지털 시대에는 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해 현실과 가상,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사라져가고 코로나19 펜데믹 이후에는 오프라인을 대체할 수 있을만큼 실시간 온라인 플랫폼과 메타버스 플랫폼들이 활성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는 멀티 페르소나를 활용해 미디어를 이해하고 해석할 줄 아는 능력인 ‘디지털 리터러시’를 보다 새롭고 똑똑하게 익혀가야 할 것이다.
SNS와 미디어를 활용한 디지털 창업은 우리에게 새로운 경제의 기회를 줄 수 있고, 부계정 문화를 똑똑하게 이용하면 자신의 개성과 새로운 참여의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새로운 페르소나를 만드는 과정은 그 자체로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을 향상시키는 과정이 될 것이며, 그 페르소나를 활용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미디어와 대중의 반응을 도출해낼 것이기 때문에 각종 상호작용 및 협업 능력과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얻을 수 있다. AI의 발전이 무서운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디지털 리터러시는 이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적인 역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멀티 페르소나를 지혜롭게 응용하며 각자의 위치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살고있는 모든 현대인들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글을 마친다.